“올해도 무사무탈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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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올해도 무사무탈 하소서”

전설과 설화, 이야기를 품은 마을의 수호신 보호수...역사문화자원 자리매김
화순군 851본 지정 관리...마을과 주민들의 역사 지키려 체계적 관리 온 힘

수백년 된 노거수가 울창한 숲을 이루며 그 자체가 보호수인 동복면 연둔리 숲정이
‘851’
2020년 12월 현재 화순군이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나무의 수다. 마을 어귀나 중앙에 때로는 혼자, 때로는 여럿이 수백년 넘는 세월을 품고 품위 있게 서 있는 나무들을 볼 수 있다.

그 나무 아래서 마을 주민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해마다 제를 지내기도 한다. 그중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있거나 희귀목 등은 보호수로 지정돼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지정보호수 전남 최다...관리도 전국 최고

화순군은 전남에서 가장 많은 보호수를 지정·관리하고 있다. 수백년간 주민들과 함께 하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기에 산림문화자원으로서 보호수 관리에 공을 들인다.

보호수를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노령화 등으로 나무에 동공이 생겼거나 주변 토양의 영양분 결핍 등으로 정상적인 생육에 지장을 받고 있는 보호수는 외과수술과 영양분주입, 토양개량이 이뤄진다.

보호수의 생육공간 확보를 위해 뿌리부를 감싸고 있는 콘크리트 등 장애물을 없애고, 보호수 주변에 자연석 등으로 친환경적인 휴식공간을 만들어 보호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있는 마을을 만드는 일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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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과 설화...이야기를 품은 보호수

천연기념물 303호로 지정된 이서면 야사리 은행나무는 화순군을 대표하는 보호수 중 하나다. 이서 은행나무는 조선 성종(재위 1469∼1494) 때 마을이 들어서면서 심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령(樹齡) 6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통력이 있어 국운이 융성하면 나라의 화평을 알리고, 우는 소리를 내어 전란과 나라의 불운을 알렸다고 전해진다. 마을 주민들은 은행나무 아래서 매년 정월 대보름에 당산제를 지내고 새해의 풍년과 행운을 기원하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셨다.

화순읍행정복지센터 내 이팝나무는 그리움이다. 센터가 있던 자리는 연방죽이었다. 주민들은 그 방죽에서 낚시를 하고 겨울이면 얼음을 지쳤다. 이팝나무는 매년 봄 꽃비를 뿌리며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방죽에서의 추억을 기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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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거수 울창한 숲정이...관광명소로 탈바꿈

수백년된 노목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숲정이는 그 자체가 보호수다. 1450년경 마을이 생기면서 인근 동복천의 범람으로 인한 수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동복면 연둔리 숲정이의 나무들은 수령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마을과 동복천을 사이에 두고 800여m 가량 길게 이어진 숲정이는 사시사철 다양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최근에는 화순8경 중 7경으로 선정되면서 화순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며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1544년경 마을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났다는 도곡면 천암리 백암마을숲도 수령을 알 수 없는 노거수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며 청정화순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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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로하신 몸 행여 잘못될라 노심초사

하지만 보호수를 관리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보호수도 생명체이기에 흐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해가 갈수록 늙고 병들어 수명을 다하면서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매년 가을 짙은 노랑 옷으로 갈아입고 가을을 알리는 화순군청 앞 은행나무가 세월에 지쳐 시름시름 앓으며 때도 아닌데 잎을 떨구고 생기를 잃었을 때는 화순군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1594년 능주현에 합속됐다가 1611년 화순현으로 회복된 것을 기념해 당시 화순현감이 동헌 앞에 심겨진 화순군청 은행나무는 화순군의 역사다.

수백년간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지키면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수많은 보호수들 또한 마을과 주민들의 역사이기에 화순군은 ‘올해도 무사무탈’을 기원하며 보호수 관리에 온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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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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