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암선 새단장…새로운 명소의 탄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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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암선 새단장…새로운 명소의 탄생인가

광업소 화물열차 운행 중단 후 흉물 전락…잡풀·잡목·각종 폐기물 무성
단장 후 열차의 낭만·화려한 시절의 추억 떠올리며 발길 늘어…석양 장관

열차는 낭만이다. 자가용이 흔하지 않던 시절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열차를 탔다. 열차는 철길을 따라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달리며 주변의 풍광을 보여줬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산과 강, 들녘의 경치는 어찌 그리 아름답던지...

하지만 철길에서의 걷기는 금지된 장난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열차, 멀리 보이더라도 빠른 속도로 인해 미처 피하지 못하고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철길은 늘 위험한 곳이었다. 그래서일까, 철길을 보면 무작정 걷고 싶은 이유가...

▲복암선 1942년 개통·2014년 운행중단

온갖 잡목과 잡풀이 무성해 흉물로 전락했던 복암선이 철길의 낭만을 채워주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1942년 10월 1일 개통된 복암선은 석탄 뿐 아니라 남화순역과 장동역에서 사람들을 실어 날랐지만 수요가 줄어들면서 1986년부터 화순광업소 전용철도가 됐다.

이후 석탄 소비감소 등으로 인해 채굴량이 줄어들면서 하루 한 대씩 운행하다가 2014년 12월 11일 열차를 마지막으로 운행이 중단됐다.

그때까지는 열차가 다시 달릴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2017년부터 화순광업소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철도 이용 계약을 하지 않으면서 복암선은 ‘철도’로서의 기능을 잃고 하루 한번 운행되던 화물열차도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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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철길·무성한 잡풀잡목…흉물 전락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된 이후 복암선은 흉물로 전락했다. 관리 주체인 철도시설공단도, 전용철로로 사용하던 화순광업소도, 화순광업소가 문을 닫을 때를 대비해 400억원 규모의 복암선을 활용한 관광자원화를 추진했던 화순군도 관리를 외면했다.

그러는 사이 철길은 주변의 잡풀과 잡목들이 차지했다. 행여 열차에 치일까 몸을 사리더니 관리의 손길이 닿지 않는 틈을 이용해 슬금슬금 철길 위로 넘어와 주인 행세를 했다.

철로 한가운데 버젓이 자리를 잡고 선로를 감추는 뻔뻔함을 보이는 잡목도 늘어났다. 철로에서 흘러내린 녹물은 주변을 불그스름하게 물들이고, 누군가 몰래 버린 각종 폐기물들이 철길 주변에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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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시절의 추억은 서글픔으로

복암선은 6만여명의 화순군민 중 절반 이상인 4만여명이 거주하는 화순읍을 가로지른다. 철길 주변에는 화순의 명문고로 자리 잡은 화순고가 위치한데다 최근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들어섰다. 철길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주민들도 부지기수다.

이런저런 이유로 철길 주변을 오고가는 주민들에게 흉물이 된 복암선은 한때 화순경제의 중심이었던 석탄산업의 몰락을 떠오르게 하는 아픈 손가락이 됐다. 광업소 월급날이면 화순읍 전체가 들썩 거리던 그 시절의 화려한 추억은 서글픔으로 덮였다.

어쩌다 마주치는 화물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열차의 낭만을 추억하던 아련한 감성도 무성한 잡풀에 묻혀 찌푸려지는 눈살과 함께 기억 저편으로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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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 단장 후 명소 탈바꿈...철길 너머 석양 ‘장관’

그런 복암선에 최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열차는 달리지 않지만 ‘폐선’은 아니어서 ‘철도’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복암선을 흉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주민들의 요구에 얼마 전 철길 주변이 말끔하게 단장되면서부터다.

철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하던 잡풀과 잡목이 치워지고, 울퉁불퉁 자갈로 덮였던 철로 사이는 잡풀 등이 넘보지 못하도록 입자 고운 석분으로 채워졌다. 철길 주변에 쌓여 있던 각종 폐기물도 말끔히 치워졌다.

입소문을 타면서 철길의 낭만을 즐기며 산책을 즐기려는 발길도 늘고 있다. 단장된 구간은 4km 남짓, 봄농사 준비를 시작하는 논밭과 세월이 흐르면서 달라진 주변 풍광을 두리번거리며 걷다보면 왕복 8km 구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멀리 무등산국립공원의 모습도 보인다.

철길 주변 흙을 일구며 또다른 볼거리를 위해 꽃나무를 심을 준비하는 주민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복암선 끝자락, 화순하니움문화센터 주변 울창한 개나리 넝쿨도 봄을 기다리며 꽃망울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저녁 무렵 철길 너머로 보이는 석양도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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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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